❚ 송두원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강아지는 태어나기 전 어미의 뱃속에서 태반과 탯줄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때 태반과 폐동맥, 대동맥을 연결하는 동맥관(혈관)이 존재한다. 동맥관은 강아지가 태어난 후 폐호흡이 이뤄지면서 72시간 이내로 자연스레 닫힌다. 하지만 이 혈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대동맥에서 폐동맥으로 혈액이 와류되면서 심장의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동맥관 개존증(PDA)’이 발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병은 강아지 선천성 심장병 가운데 흔히 발생하며 생후 1년 이내에 70%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관 개존증의 발병 원인
강아지 동맥관 개존증은 선천성 심장병의 일종이다. 강아지가 심장에 이상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특별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 원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관 개존증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강아지가 한참 발랄하게 뛰어다닐 1~2세 시기에 쉽게 피곤해 한다. 셔틀랜드 십독, 포메라니안, 미니어처 닥스훈트, 웰시코기 등 견종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주요 증상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
발생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어린 강아지이기 때문에 보호자 역시 특별한 이상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청진을 해보면 특징적인 심장 잡음이 확인된다. 강아지 심장 위치에 손을 대 촉진할 때 진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보호자의 대부분은 첫 접종을 위해 동물병원에 방문했을 때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 초음파검사를 통해 동맥관이 닫혀 있지 않은 지 확인한다.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강아지라면 동맥관 개존증과는 별개로 다른 심장 기형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전문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질병의 진행 단계
병의 진행 단계는 A단계, B1단계, B2단계, C단계, D단계 총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심부전은 C단계부터 나타난다. 즉 C단계 이전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심장병’으로 구분된다. 초기에 보호자가 반려견의 심장병을 알아채기 어려운 이유다. 다행인 점은 B1단계부턴 청진에서 심장 잡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증상 심장병이더라도 간단한 청진만으로 심잡음을 확인해 심장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특히 동맥관 개존증의 경우 심장병 단계와 상관없이 청진 상 연속적인 심잡음이 관찰된다.
초기엔 무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침, 활동성 저하, 청색증, 발육 저하 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다행히 초기에 치료된다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심장병 약물을 평생 복용해야 할 수 있다. 치료 없이 방치된 경우 1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50~60%에 달한다.
효과적인 치료법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개흉 후 혈관에 직접 접근해 수술로 동맥관을 묶는 방법(결찰)이다. 둘째는 혈관 내부에 ACDO라는 장치를 넣어 동맥관을 막는 방법(중재적 시술)이다. 과거에는 개흉 수술을 시행해 동맥관을 결찰하는 전통적 방법이 많이 쓰였다. 최근에는 수술 후 회복이나 체력적인 면을 고려해 중재적 시술을 많이 적용한다. 하지만 수술의 방법은 강아지의 나이, 체중, 체력, 상태, 혈관의 모양, 합병증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별개의 심장병이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할 수 있다.
인터벤션(interventional therapy)이라고 하는 중재적 시술은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많이 쓰이는 최신 시술 방법이다. 이는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단 카테터(catheter)로 부르는 가느다란 관을 혈관에 삽입해 질병 부위까지 가는 경로를 만든다. 이를 통해 질병부위에 치료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을 하거나 기구를 설치하기도 한다. 카테터를 강아지의 사타구니 쪽 작은 혈관을 이용해 심장까지 밀어 넣은 후 동맥관 폐쇄기구(ACDO)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이 시술은 동맥관 개존증 치료에도 사용하고, 간 종양이나 동맥화학색전술 등 다양한 질병에도 이용된다. 중재적 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절개 부위가 매우 적고 내부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부학적 구조를 크게 변형시키지 않는 최소침습적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 평균 시술 시간은 1~2시간 정도다.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강아지는 마취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에 부담이 커지고 마취 위험도가 증가한다. 따라서 시술할 때 마취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시술 이후에도 고통이 적어 시술 1일 이내에 퇴원이 가능하다.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도 낮다는 게 특징이다.
반려견 보호자 주의사항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강아지의 선천성 심장병은 치료하기 어려웠다. 치료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꼭 수술까지 해야 하느냐’는 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인구가 1500만 명이 넘어선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치료의 필요성도 커졌다. 다양한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는 상태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 발견이다. 강아지의 생애주기는 인간에 비해 매우 짧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심장병을 조기 관리하면 심부전 발생 시기를 60% 이상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보호자와 강아지의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해서는 평소 보호자의 주의 깊은 관찰이 중요하다. 1년에 1회 이상 동물병원을 방문해 간단한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