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초 M동물의료센터 이나영 수의사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 있어서 건강검진이 필수라는 건 이미 많은 집사님들이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통증을 숨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을 해주지 않는 것만도 어려운데, 숨기기까지 하니 질병을 발견하기가 더욱 어렵죠.
고양이의 나이와 특성에 따라 검진의 항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필수적인 항목은 대개 비슷합니다.
고양이 필수 건강검진 항목 목록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1. 문진
검진에 들어가기 전, 사람 가족의 구성과 수, 동물 가족의 구성과 수, 사료의 종류, 사료 급여 방식, 동거하는 동물과의 관계 등 반려묘의 기본적인 생활에 대해 파악하게 됩니다. 반려묘의 생활환경은 검사결과의 해석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2. 신체검사
신체검사는 육안으로 살펴볼 수 있는 모든 신체 부분을 검진하는 과정입니다.
기본적인 바이탈사인(체온, 심박수, 호흡수 등), 외이도의 상태, 결막과 눈의 상태, 치아 건강 상태, 비만 정도, 피부와 모질 상태, 항문주변과 생식기의 상태 등 집에서 살펴보기 힘든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해 보게 됩니다.
매일 보는 반려묘이지만, 놓칠 수 있는 이상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3. 혈액 검사
건강검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입니다. 크게 혈액생화학 검사와 혈구검사로 나뉘죠. 혈액생화학 검사는 체내의 장기들에서 수행하는 각종 대사활동의 부산물들과 필요한 효소들에 대한 검사로, 현재의 장기의 상태를 말해줍니다. 검사 종류는 8~24종으로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혈액생화학 검사를 통해 간과 신장의 기능, 혈당과 체내 단백질의 양, 소화효소, 영양 상태, 전해질의 균형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혈액생화학 검사의 각 항목들은 한 가지 이상의 장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LKP라는 항목은 간, 뼈, 신장 등에 이상이 생기면 수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ALKP 수치 하나만 가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간과 관련해서 변할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항목들의 수치와 함께 결과를 해석해야 하죠. 따라서 검사항목이 많을수록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옵니다.
또다른 혈액 검사인 혈구검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혈액세포의 수와 비율을 보는 검사입니다. 빈혈과 염증 상태, 탈수 여부, 감염 등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4. X-선 검사
흔히 말하는 엑스레이 촬영입니다. 필요한 장기를 부위별로 촬영하게 됩니다.
흉부방사선 촬영은 가슴부위를 촬영하여 기관지, 심장, 폐의 이상을 살펴보고, 복부방사선 촬영은 배 부위의 소화기와 간, 신장, 방광의 이상을 살펴봅니다.
고양이의 품종이나 나이에 따라 관절의 상태를 체크하는 골격계 방사선 촬영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5. 소변 검사
방광염의 유무, 신장의 이상, 당뇨, 소변의 농축 정도를 알 수 있는 검사입니다.
간단한 키트나 스틱을 이용한 간편 검사도 있고, 소변 내 대사물질을 검사하는 복잡한 검사도 있습니다. 7살 이상의 고양이는 일반적인 건강검진 후 이상이 발견되면 복잡한 검사들이 추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검진 시에는 간편 검사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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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신장 건강을 위한 추가 항목
특수 혈액 검사
고양이는 신장 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동물이라 신장초기검사(SDMA)를 함께 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심장 역시 고양이에게 취약한 기관이라 심근호르몬검사(proBNP)를 함께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좀 더 꼼꼼하게 건강 체크를 할 수 있는 항목
초음파 검사
초음파를 이용하여 장기 내부의 움직임과 구조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는 검사입니다. 혈액검사 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장기의 상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가 혈액검사보다 더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고, 서로 보완하는 검사인 셈입니다.
초음파 검사도 각 장기별로 진행하게 되고, 복강 내의 장기를 보는 복부 초음파 검사와 심장의 상태를 보는 심장초음파 검사로 크게 분류됩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하면 사연자의 고양이인 두유는 생애 전환기에 있는 7살 고양이이므로 문진, 신체검사, 17종 이상의 혈액생화학검사, 혈구검사, 소변검사, 흉부 방사선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를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필수 고양이 건강검진 항목, 기억해뒀다가 꾸준히 챙겨주세요. 미리 질병이나 몸의 약한 곳을 알아내서 관리하면 우리 아이들의 수명도 늘릴 수 있지만, 무엇보다 불필요한 통증을 조절해 줄 수 있어서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편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답변이 아이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