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두원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밀크(14·비글)는 사람으로 치면 80대 노령견이지만 하루에 한 시간씩 공원 산책을 하고 와도 한번 더 나가 자며 애교를 부리는 건강한 강아지였다. 14년간 아픈 적이 없어 병원 한번 안 가본 것이 자랑이었던 밀크가 어느 날부터 밥을 남기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사료에 입도 안 대고 구토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보호자는 놀란 마음에 급하게 동물병원을 찾아왔다. 안타깝게도 밀크의 증상은 14년간 쌓여온 만성 신부전인 듯 보였다.
신장 기능 유지가 곧 치료
신장은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주며 전해질과 수분을 유지하고 조혈인자를 분비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신장에 기능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신부전이라고 부른다. 신부전은 수 시간에서 몇 일안에 심한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급성과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신장의 기능이 점차 떨어져 노폐물이나 독성 물질을 걸러주지 못하게 되는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과 만성의 가장 큰 차이는 신장 기능의 회복이다. 급성의 경우 절절한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정상치까지 회복할 수 있지만 만성의 경우 정상으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며 관리를 통해 현재 신장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관리해 줘야 한다.
물 많이 마시고 소변량 증가
급성 신부전의 경우 산책 중 유박비료와 같은 독성물질을 먹거나 포도와 같은 과일을 먹었을 때 발생하게 된다. 만성 신부전은 유전적 요인이나 선천적인 신장 기형, 독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신장의 노화, 사구체 질환, 염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만성 신부전에서 신장의 노화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강아지의 만성 신부전은 수의학에서 총 4기(IRIS stage)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1기와 2기에서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신부전을 발견하기 어렵다. 3기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의 양과 횟수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또한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상실되며 구토·설사·변비·체중 감소·고혈압에 의한 시력 감퇴·발작·구취·체온 감소 등 여러 가지 전조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혈액·소변·초음파 검사로 진단
만성 신부전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앞에서 언급한 밀크는 혈액 검사상 신장 수치가 상승해 있었고 빈혈 증상도 확인됐다. 신부전이 발생하면 조혈인자의 부족으로 빈혈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소변 검사상 비중의 저하, 단백질뇨 그리고 초음파 검사상 양측 신장의 사이즈가 작아져 있었고 신장의 피질 에코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밀크는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됐다.
수액 요법과 투석으로 치료
강아지 신부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치료법은 수액 요법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나는 ‘다음다뇨’ 증세로 인해 생긴 탈수를 교정하며 올라간 신장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한다. 만성 신부전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망가진 신장을 원래대로 돌릴 방법은 없기 때문에 병의 악화를 막고 지속해서 관리해 강아지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성 신장병의 단계에 따라 관리를 시작하며 1~2단계에서는 질병의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해 탈수와 식이를 관리하고, 3~4단계에서는 임상 증상에 따른 대증 처치와 대사장애를 완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급성 신부전일 때도 수액 요법을 사용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오줌이 나오지 않게 된다면 투석 치료를 고려한다. 투석치료는 만성 신부전에서도 종종 사용되긴 하지만 독성 물질이나 약물을 잘못 복용해 긴급을 필요로 하는 급성 신부전일 때 신장을 망가뜨리는 독성 물질과 노폐물을 배출하고 신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우수한 방법이다.
신부전뿐만 아니라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심장병, 약물 과다 복용, 중독 증상 등에도 사용된다. 투석 방법에 따라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구분하며 혈액투석은 다른 질병이나 강아지의 체중,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형견의 경우 주의를 요하며 진행해야 한다.
단백질·인 많은 음식과 간식 피해야
강아지의 만성 신부전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질병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보호자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만성 신부전은 노령견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드물게 어린 강아지들에게도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니 강아지 나이와 관계없이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강아지 질병이 그러하듯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강아지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해선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신부전을 앓고 있는 강아지는 식단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만성 신부전이 발견됐다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해 신장에 무리를 주는 단백질, 인이 많은 음식이나 간식은 피하고 균형 잡힌 식단과 단계에 맞는 관리를 해야만 신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강아지 상태에 따라 식단과 치료 방향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낮은 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신장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해 1년에 1회 동물병원을 방문해 간단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